추석 연휴에 영화 <B급 며느리>
연휴에 이 영화를 끄집어낸 이유는 별 다른 게 없다. B급 며느리라는 제목부터 아주 이목을 샀던 영화가 갑자기 떠올랐을 뿐이다. 그냥 찾다가 찾아진 영화라고 표현해야 맞지 않을까 싶다. 2020년 1월에 개봉한 영화이다. 다큐멘터리인데 대한민국이 고부갈등을 다룬다. 이 자체로도 신선하다. 심지어 감독은 남편이다. 주인공은 아내이다. B급 며느리가 된 아내를 담아낸 남편과 그 안에 출연하기로 동의한 아내가 참 신박하고도 신박하다. 시작은 평범했거나 오히려 더 모범적이었던 아내 김진영을 감독 남편은 독특하다고 표현한다. 친정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둘째 딸 김진영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사법고시 1차에도 합격했다고 한다. 시어머니 역시 여린 성격의 소유자로 지금도 자원봉사를 다니며 구연동화를 펼친다고 한다. 그냥 두 사람이 고부관계로 만난 것이 이 영화의 단 하나의 문제점이다.
사실 B급며느리 촬영은 김진영의 부탁으로 시작되었다. 매번 말을 바꾸는 시어머니를 찍어달라고 시어머니 아들인 남편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아니 줄거리만 전하려고 글을 쓰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무튼 문제의식을 같이 느꼈던 남편도 카메라를 켰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본능이 자극해 촬영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걸 그대로 적고 싶지만 참아야 하는 내 상황이 안타깝다. 바로 영화의 소개부분인데, 자신의 와이프 덕분에 엄마와 아내 사이에서 새우 꼴이 된다는 감독이다. 그런데 아내 때문도 아니고 덕분으로 표현하면서 은근 너 때문이야를 담아내고 있지만 모른 척해본다. 어쨌든 사람들이 그런 감독의 불행을 좋아하는데 그걸 역이용해서 갈아 넣고 팔아먹으면 내 작품 하나 ㅁㅅ있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해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어머니와의 일화가 와우
영화로 유명세를 탄 김진영은 여러 방송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인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시어머니와의 일화를 공개했는데 평균 7통의 전화를 하는 시어머니가 엄청 놀랍다고 느껴졌다. 아니 근데 20통 넘게 전화하는 날이 있었고,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싶은 시기에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그 후 이사를 하게 됐는데 시어머니가 시할머니 댁 근처에 살면 자주 오가겠다고 해서 골라준 집이라고 한다. 1년을 못 버텼고, 결국 다시 이사를 떠나는 날 불꽃이 피었다고 한다. 친정에 아기를 맡겼는데 아이를 직접 볼 테니까 친정엄마에게 전화하라고 하셨던 시어머니를 보면서 이런 결혼생활이 맞나 싶었다고 한다. 서로 서운한 감정을 안고 대화를 하자고 앉은자리에서 남인데 이야기가 무슨 필요가 있니, 안 보면 그만인 것을 이라고 표현안 시어머니에게 지금 하신 말씀 지키라며 서운한 감정을 고스란히 맞받아 쳤다고 한다.
극장 개봉까지 이어진 독립영화
2013년 8월에 시작해 16년 10월 정도 완성을 했다. 촬영, 편집이 3년이 넘게 걸렸고, 극장 개봉까지 다시 1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독립영화는 1만 명 관람객 숫자가 굉장히 의미가 있는데 바로 상업영화의 100만 명 수준이기 때문이다. 영화 <B급 며느리>는 누적 1억 5천을 기록했다. 어떤 네티즌은 영화를 보고 나서 호칭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평을 남겼다. 현실은 갈길이 멀다. 그런 현실을 담은 듯 보인다. 시어머니가 직접적으로 강요하지 않는 집안은 조용히 시어머니가 다 움직이고 계시고 시아버지는 가만히 있는 그런 분위기에서 안 움직일 며느리가 없으며, 가만히 있는다 한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집에서 편해 보여서 좋구나 며느리가 소파에도 편히 누워서'등의 생각을 하는 부모님은 정말 극소수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약과이다. 진심으로 며느리가 다 해야지 지금 내 말을 거역해서 되겠나 하는 식의 시어머니들이 많다. 가장 큰 원인은 그런 시어머니는 그런 시어머니 밑에서 보고 배웠다는 표현보다는 당하고 지내왔기 때문에 그 삶이 억울하고 밉고 싫었어도, 시간이 지난 이상 내가 혼자 다 짊어지기엔 그게 더 억울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까. 이상한 굴레인데 끊는 자가 있다면 아마 연을 끊는 자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도 여성에게 움직이게 만드는 분위기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오은영 박사가 말하길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물박사 강형욱과 육아박사 오은영, 음식 박사 백종원 같은 타이틀에 버금가는 가정 박사가 나와서 정확한 인식을 심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가사노동은 남편이 아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며느리인 나의 이야기
막내며느리이지만 시댁을 가까이 두고 싶었던 나는 그 어떤 식구들 보다도 시부모님과 자주 마주친다. 어머니는 딱히 이래라저래라 하시는 것 없이 어떻게 불편할 것 같은 마음을 먼저 알아봐 주시곤 한다. 연세가 있으셔서 쉬셔도 될 법 하지만 매번 제사 음식도 혼자 다 준비하시고, 힘들고 부담스러울까 봐 전의 종류도 한 가지만 하신다. 그렇다고 집에만 계시는 것은 아니다. 밭농사 논농사 가리지 않고 아버지와 함께 하신다. 그런 아버지와 함께 하루 종일 계시면서도 아침, 점심, 저녁, 청소, 빨래 등 모든 집안일은 어머니의 몫이다. 반대로 나의 엄마 아빠고 그랬다. 아빠는 퇴근을 하고 오면 끝이었다. 이게 익숙할법한데 우리 또래라고 말하면 그렇지만 일단 나 조차도 이상하리만큼 이상하다. 집에만 있어도 집에 그냥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일하면 더더욱 서로가 일하는 것인데 왜 집안일의 대부분이 아내가 중심이 되는 것일까.
그래서 결혼 초반에는 냉장고 정리를 탓하려 하는 순간 남편에게 그 냉장고는 내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다. 딱 이야기를 해줬고, 육아가 시작된 우리의 상황에서 아이가 엄마를 더 의지해서 그런 의미에서는 주양육자가 내가 될 순 있지만, 우리는 무조건 함께하는 것이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럼에도 남편은 시댁을 가든 친정을 가든 누워서 핸드폰 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자유를 얻는가 반면, 나는 시댁에서는 그래도 해야 하는 일 한다고 핸드폰을 보지 못하고, 친정에서는 음식 차려준다고 땀 흘리는 엄마가 안쓰러워 앉았다가 일어섰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음 아직도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경 안 쓰고 나몰라라가 안된다. 왜 안 되는 거지, 왜 아빠들은, 남편들은 그게 잘 되는 거지 하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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