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바로 나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스물아홉 살 율리에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 한다. 세상으로 나온 율리에는 파티에서 만난 악셀과 사랑에 빠지고 만화가 악셀과 율리에는 각자 원하는 것이 있었고, 그렇게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율리에의 인생의 다음 장면은 어떻게 펼쳐질까 질문을 던지며 이어지는 영화이다. 옷을 갈아입듯 애인도 직업도 바꾸길 좋아하는 내일모레 서른인 율리에가 있다. 공부를 잘해서 의학에 몸을 담고 있는 모범생이지만 마음치료를 간절히 원했기에 전공을 심리학으로 바꾸기도 했다. 연애의 고충에 대해 쓴 글이 화제를 얻자 작가로의 성장까지 욕심을 내보기도 한다. 예술에 적성이 맞나 싶어서 사진 찍기를 시작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점점 이상하게 초조하고 갈등을 하게 된다.
이렇게만 보면 율리에는 확실히 ENTP성향을 가졌음에 틀림없다. 이유는 내가 밟아온 삶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두면 도전해봐야 했고 바꿔봐야 했으며, 깊게 파고들진 않아서 전문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다 해봐야 하는 타입인 주인공을 만나니 괜히 반가웠다. 아님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아니면 조금 서운할 것도 같다.
12 챕터의 전개
독특하게도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12개의 챕터 그리고 에필로그 형식으로 마무리된다. 영화의 서사를 12개의 챕터로 나눈 것부터 관심이 주목된다. 여기서 살펴볼 수 있듯이 요아킴 트리에는 중대한 사건, 표피적인 이야기를 단 몇 분, 몇 초로 압축하는 보편적인 영화적 표현 대신, 삶에 집중하고 그 삶에 은밀하게 찾아 다가온 계시 앞에선 느긋하게 담아낼 줄 아는 담력가임에 틀림없다. 자신이 직접 내린 결정이 과연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 최적화에 기여하는지 의심만 하는 율리에를 그린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생각이 독특하다고 표현하기보단 누군가 한 번쯤 해볼 법한 자신만의 에세이에 담을 남자를 상상해본다. 율리에는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할 남자를 차례로 만나보고 사랑해본다. 그러나 여전히 불충족감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율리에를 통해 전개되는 감정선과 상황들이 누구나 겪는 자신만의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안겨주는 것 같다.
레나테 레인스베의 첫 주연작
요아킴 트리에 감독과 레나테 레인스베의 인연은 참 깊다. 레나테는 배우 데뷔 또한 이번 감독을 통해서 했기 때문이다. 2011년 영화 <오슬로, 8월 31일>이 바로 그 영화이다. 대사는 단 한 줄이었다고 한다. '파티에 가자' 이후 성공 없이 무명에 가까운 배우 생활을 견디다 못해 10년간의 생활을 끝으로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기적이었는지, 두 사람의 인연이 그토록 싶었던 것인지, 요아킴에게 캐스팅 제의를 바로 다음날 받게 된다. 때문에 레나테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면 필모그래피가 짧다. 1987년 11월생 노르웨이 출신으로 178cm 큰 키 레나테 배우는 이렇다 할 정보가 없다. 찾아볼 것이 없단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를 통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으니 가문의 영광처럼 기뻐할 것이 이 먼 대한민국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어림짐작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요아킴 트리에 감독
요아킴 트리에는 노르웨이의 대표 영화감독이자 각본가이며 제작자이다. 주로 노르웨이 청년들의 일상과 욕망에 대한 성찰을 초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1974년생으로 노르웨이에서 자랐지만 영국에서 영화학교를 졸업했다. 30여 개가 넘는 영화제에서 단편영화로 수상하면서 명성을 쌓았다고 한다. 영화뿐 아니라 CF까지 연출하기도 한다. 영화 <리프라이즈>가 첫 장편인데 편집이 빠른 템포로 이뤄졌다는 점, 시공간의 묘한 불일치와 흑백, 분할 화면까지 독특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사실 이름만 들었을 때,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를 여성의 시선에서 그렸을 땐 감독이 여성인 줄 알았다. 아주 고리타분한 착각이지만 어쨌든 트리에는 성에서 알 수 있든 라스 폰 트리에와 머나먼 친척 관계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고 한다. 외할아버지가 영화감독이고 아버지가 음향을 다뤘다고 하니 집안에 영화인의 피가 철철 넘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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